이용표 목사
[ 마태복음 5장 1-12절 ]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마태복음 5장1-12절
입을 열어 가르쳐 이르시되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
오늘은 추수감사주일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복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는 날이 되길 바랍니다. 한편으로는 감사의 조건보다는 지치고 힘든 삶의 짐으로 인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바라기는 오늘 말씀을 통하여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쉬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여 감사가 더하고 넘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시간에는 예수님의 팔복을 살펴보기에 앞서 복의 결과로 얻는 천국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천국은 우리가 평소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재미와 즐거움과 설렘과 행복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부르시면 이 땅의 삶에 대한 미련 없이 당장이라도 갈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천국을 복으로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점을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팔복의 첫 번째 조건인 심령이 가난한 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예수님은 본문 3절 말씀에서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라고 가르쳐주십니다. 심령이 가난하다는 것은 문자적으로 영혼 또는 마음이 가난하다는 뜻입니다. 가난은 돈이 없거나 부족한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는 이런 상태를 ‘궁핍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영혼이 가난하다는 것은 영적으로 궁핍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심령이 가난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의 의미
그것은 영적인 궁핍함을 하나님 또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들로 채우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마음을 가져야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팔복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찾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심령이 가난한 자가 되는 것은 팔복을 받는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는 까닭은, 사람들이 영적인 궁핍함을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들로 채우려고 하면서, 영적인 궁핍함을 의식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리고 살기 때문입니다.
* 영적인 궁핍함이란 무엇인가?
이 점은 뒤집어서 생각을 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영적인 궁핍함이 없었던 때가 있었을까요? 그러니까 심령이 가난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을까요? 있었다면 언제였을까요? 바로 에덴동산에 살 때입니다. 그곳에서는 물질적으로도 가난하지 않았지만, 영혼과 마음에도 궁핍함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창조하신 하나님과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는 근심과 걱정이 없었고,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함께 하신 하나님으로부터 모든 것을 바로 공급받았기 때문에, 영적으로 궁핍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선악과를 먹은 불순종 때문에 사람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맙니다. 불순종의 죄가 더 이상 하나님과 함께 할 수 없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 사람은 하나남과 관계가 단절된 채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영적으로 궁핍함이 없는 상태로 돌아가는 방법은 멀어진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하나님께 돌아가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영적인 궁핍함을 채우려고 합니다. 그 까닭은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이 죄로 인해서 어두워졌기 때문입니다.
* 영적인 궁핍함을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으로 채우려는 사람들
그 모습을 로마서 1:19-23 말씀을 통하여 보게 됩니다.
[로마서 1:19-23] 말씀입니다.
19 이는 하나님을 알 만한 것이 그들 속에 보임이라 하나님께서 이를 그들에게 보이셨느니라
20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
21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을 영화롭게도 아니하며 감사하지도 아니하고 오히려 그 생각이 허망하여지며 미련한 마음이 어두워졌나니
22 스스로 지혜 있다 하나 어리석게 되어
23 썩어지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과 새와 짐승과 기어다니는 동물 모양의 우상으로 바꾸었느니라
로마서 1:19-23
사람들은 비록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지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 만물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연 만물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 ‘하나님을 알 만한 것’(19절) 즉,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20절)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도 그것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거대한 자연환경과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날씨의 변화나 자연이 주는 재앙을 겪으면서 그 자연을 다스리며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신적인 존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맡기고 의지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를 찾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영적인 궁핍함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떠난 사람들은 죄로 인해 생각이 허망하여졌고, 마음이 미련하고 어리석어졌습니다.(21,22절) 그래서 그 궁핍함을 채우기 위해 23절 말씀과 같이 ‘썩어지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썩어 없어질 사람과 새와 짐승과 기어다니는 동물 모양의 우상’을 만들어 신이라고 믿고 섬기며 살아온 것입니다. 사람들이 만든 신은 동물뿐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온갖 신들이 있습니다. 땅과 하늘과 바다, 해와 달에도 신이 있다고 믿고, 나무에도 집에도 심지어 밥그릇에도 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또한 죽은 조상을 신으로 믿기도 하고, 신과 사람을 이어주는 무당을 믿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영적인 궁핍함을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으로 채우려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 영적인 궁핍함을 채우려는 것은 이러한 우상 섬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 당시의 유대인들은 율법적인 행위로 그 궁핍함을 채우려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고상한 철학과 도덕으로, 어떤 사람들은 물질적인 풍요와 즐거움으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하여,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으로 영적인 궁핍함을 채우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얻었을 때 사람들은 나름 만족해하며 성공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만족과 성공은 그 안에 하나님이 없다면, 로마서 말씀과 같이 생각이 허망하고 마음이 미련하고 어두워져서 하나님을 알만한 것을 보고도, 썩어지지 아니할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과 새와 짐승과 기어다니는 동물 모양의 우상으로 바꾼 삶의 결과인 것입니다. 하나님을 떠남에서 비롯된 영적인 결핍을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들로 채우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청소년 시절에 유행하였던 ‘홀로서기’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 시의 처음 부분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이다.” 이 말이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다른 사람을 만나면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착각입니다. 둘이 만나면 무조건 서로 의지하면서 잘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홀로서기를 하지 못한 두 사람의 관계는 언젠가 무너지고 맙니다. 반면에 먼저 홀로서기를 한 두 사람이 만나면, 오히려 그 관계가 건강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을 오늘 말씀에 적용하여 보면, 영적인 궁핍함을 사람을 통하여 채우려는 사람은 결코 그것을 채울 수 없습니다. 반면에 영적인 궁핍함을 하나님을 통하여 채우는 사람은 비로소 홀로서기를 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과도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살 수 있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찾기보다는 사람에 집착을 합니다. 그런데 집착을 하면 할수록 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돌아가면 비로소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주고받은 상처까지도 치유하는 힘을 갖게 됩니다.
* 그런데 사람들은, 좀처럼 그런 집착을 버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복을 받는 첫 번째 조건으로 심령이 가난해야 한다. 즉, 영적인 궁핍함을 하나님으로 채울 생각을 하고 하나님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허망하고 미련하고 어리석은 생각을 좀처럼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이 요한복음에 나옵니다.
[요한복음 6:15, 26, 27, 66, 67] 말씀입니다.
15 그러므로 예수께서 그들이 와서 자기를 억지로 붙들어 임금으로 삼으려는 줄 아시고 다시 혼자 산으로 떠나 가시니라
26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적을 본 까닭이 아니요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로다
27 썩을 양식을 위하여 일하지 말고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을 위하여 하라 이 양식은 인자가 너희에게 주리니 인자는 아버지 하나님께서 인치신 자니라
66 그 때부터 그의 제자 중에서 많은 사람이 떠나가고 다시 그와 함께 다니지 아니하더라
67 예수께서 열두 제자에게 이르시되 너희도 가려느냐
요한복음 6:15, 26-27, 66-67
이 말씀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남자 어른만 오천 명을 먹이신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신 다음에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입니다. 사람들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하고 예수님을 억지로 자기들의 임금으로 삼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을 떠나셨습니다.(15절) 그런데 사람들은 예수님이 계신 곳까지 찾아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그들에게 너희들이 나를 찾은 것은 나를 메시아로 여기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너희들의 임금이 되어 너희들이 배고프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26절) 그러면서 너희들이 얻고자 하는 썩을 양식을 위하여 살지 말고, 썩지 아니할 영생을 위하여 살라고 가르쳐주십니다.(27절) 그런데 그 말씀을 듣고는 그 무리들은 물론 그때까지 예수님을 따랐던 많은 제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음을 알게 되자 예수님을 떠나갑니다.(66절) 그러자 예수님이 열 두 제자들에게 “너희들도 가려느냐?”라고 물어보시는 내용입니다.(67절)
이 내용을 오늘 말씀에 적용하여 보면, 예수님은 영적인 궁핍함을 채우기 위해서는 영생하는 것. 썩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봐야 한다고 가르치셨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 진리의 말씀을 거부하고 예수님을 떠났음을 보게 됩니다. 참 안타까운 순간입니다. 먹을 것에 대한 근심을 더는 것으로 영적인 궁핍함을 채우려는 생각에 대한 집착이 그들로 하여금 눈앞에 있는 예수님도 못 알아보게 하고, 그분의 귀한 말씀도 깨닫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집착과 고집 때문에 그들은 영적인 궁핍함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 우리는 영적인 궁핍함을 무엇으로 채우려고 하고 있는가?
요한복음 말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썩어질 양식에 집착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들의 모습을 거울삼아 우리 자신의 모습은 어떤지 살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이루려는 성공이, 우리가 얻으려고 애쓰고 수고하는 것들이 하나님께 돌아가고 하나님과 함께 하는 것과 상관이 없다면, 우리는 언젠가는 썩어서 없어질 것들로 계속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듯이 영적인 궁핍함을 채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세상의 성공과 즐거움에 취하여, 영적인 궁핍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도 잊은 채 살아가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심령의 가난을 채울 수 없는 것들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 예수님이 말씀하신 진정한 복을 얻는 삶의 첫걸음은 심령이 가난한 자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참된 복을 가르치시면서, 세상의 성공과 풍요를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심령이 가난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영적인 궁핍함을 인식하고, 그것이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에서 온 것임을 깨닫고, 하나님께 돌아가려는 간절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이것을 팔복의 첫 번째 조건으로 말씀하시는 까닭은 심령이 가난한 자가 되는 것이 참된 복을 얻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 돌아갈 마음을 먹는 것. 이것이 참된 복을 받는 삶의 시작입니다.
추수감사주일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들의 모든 필요를 채워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날입니다. 주기도문을 통해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고 하신 주님은 우리들에게 지난 한 해 이 땅의 삶을 사는 동안 먹을 양식과 입을 옷과 잠자리를 주시고, 모든 필요를 채워주셨습니다. 그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고 감사를 드리는 오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감사가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이 땅에서 쓸 것들을 누리는 복을 주심과 동시에 보다 근본적인 영생하는 복도 알게 하시고 주셨습니다. 우리가 그 복을 깨닫고 바라보며 살 수 있다면, 비록 이 땅에서는 좀 부족하고 힘들더라도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복을 깨닫고 감사하는 우리가 모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