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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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명기 32장 7절 ]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네 아버지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말하리로다

신명기 32:7

인간은 망각의 동물

지난 일을 잊어버리는 망각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도 합니다. 인간의 망각은 인간의 삶에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의 주장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프로이드는 사람이 성장 과정에서 외부 환경과 조건들에 의해 본능이 억압을 당하는 아픔을 경험할 때는 그 아픈 기억들을 무의식에 가두는 망각을 통해 새로운 환경과 관계에 적응해 간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삶에서 겪는 고통스런 기억들을 망각하지 못한다면 아마 사람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려서 하루도 살아내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한편, 망각은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일들을 그르치거나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게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건망증이 있어서 물건을 잘 잃어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장모님이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가 잃어버릴까 걱정이라는 말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건망증으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메모를 하지만, 때로는 그 메모를 어디에 두었는지를 잊어버립니다. 그럴 때는 그런 제 자신이 한심스럽고 답답해서 제 자신에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렇듯 망각은 인간을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부터 지켜주고, 현실의 삶에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게 돕기도 하지만, 망각 때문에 현실의 삶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망각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신앙생활에서도 우리는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쉽게 망각하고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망각의 동물인 우리는 과거에 느끼고 깨달았던 하나님의 은혜와 말씀을 너무 쉽게 망각하곤 합니다.

하나님은 오늘 본문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옛날을 기억하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지난날들의 과정을 꼼꼼히 따져보고, 그날들을 기억하는 아버지와 어른들에게 물어서라도 그들이 걸어왔던 지난날들을 기억하라고 명령하십니다. 하나님은 오늘 본문에서뿐 아니라 신명기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잊지 말아라”, “기억하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하나님은 왜 이 말씀을 반복하여 강조하셨을까요? 과거의 이스라엘 백성들도, 오늘 이 말씀은 듣는 우리도 본능적으로 “옛날”과 “역대의 연대”를 잘 잊어버리는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시간에는 우리가 신앙생활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하나님은 왜 그것을 잊지 말라고 하시는가를 생각해 보면서 우리 신앙을 돌아보는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본문 말씀의 배경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신명기를 기록하게 하신 곳은 가나안에서 가까운 모압 평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의 광야 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가나안 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하나님은 모세의 3편의 설교로 구성된 신명기 말씀을 주시고 있습니다. 신명기의 ‘신’은 ‘되풀이’, ‘거듭’, ‘반복’의 뜻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거듭해서 간곡하게 당부하는 것을 신신당부라고 하지요. 하나님은 일찍이 모세를 통해서 주셨던 계명과 규례를 다시 한 번 말씀하시면서, 하나님께서 그들을 어떻게 애굽에서 인도하셨고, 어떻게 광야에서 지켜주시고 돌봐주셨는지를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반복해서 “잊지 말아라”, “기억하라”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왜 반복해서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말씀하실까요?

하나님은 가나안에 들어가서 살게 될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하여 두 가지를 염려하셨습니다. 첫째는 그들이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베푸신 은혜와 하나님의 말씀을 망각하는 것이며, 둘째는 그들이 그 기억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신명기 8:11-20] 말씀을 읽어보겠습니다.

11 내가 오늘 네게 명하는 여호와의 명령과 법도와 규례를 지키지 아니하고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삼갈지어다
12 네가 먹어서 배부르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거주하게 되며
13 또 네 소와 양이 번성하며 네 은금이 증식되며 네 소유가 다 풍부하게 될 때에
14 네 마음이 교만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릴까 염려하노라 여호와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이끌어 내시고
15 너를 인도하여 그 광대하고 위험한 광야 곧 불뱀과 전갈이 있고 물이 없는 간조한 땅을 지나게 하셨으며 또 너를 위하여 단단한 반석에서 물을 내셨으며
16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광야에서 네게 먹이셨나니 이는 다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마침내 네게 복을 주려 하심이었느니라
17 그러나 네가 마음에 이르기를 내 능력과 내 손의 힘으로 내가 이 재물을 얻었다 말할 것이라
18 네 하나님 여호와를 기억하라 그가 네게 재물 얻을 능력을 주셨음이라 이같이 하심은 네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언약을 오늘과 같이 이루려 하심이니라
19 네가 만일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리고 다른 신들을 따라 그들을 섬기며 그들에게 절하면 내가 너희에게 증거하노니 너희가 반드시 멸망할 것이라
20 여호와께서 너희 앞에서 멸망시키신 민족들 같이 너희도 멸망하리니 이는 너희가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의 소리를 청종하지 아니함이니라

신 8:11-20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아름다운 집을 짓고 거주하며 배부르고, 먹고, 가축과 은금의 소유가 풍부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풍요로움에 젖어서 마음이 교만해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종살이 하던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광대하고 위험한 광야에서 그들을 지키시고, 먹여주셨던 사실을 망각할 것을 염려하셨습니다. 또한 마치 자신들의 힘으로 애굽에서 나오고, 광야를 지나고, 싸움에서 이겨서 가나안의 풍요함을 스스로 성취하였다고 지난 기억들을 왜곡할까 염려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하나님의 은혜와 하나님의 말씀을 그렇게 망각하거나 그 기억을 왜곡시킨다면, 그 결과는 19, 20절 말씀과 같이 그들이 반드시 멸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잊지 말아라”, “기억하라”는 말씀을 반복하여 신신당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향한 하나님의 염려는 우리에게도 향합니다.

우리도 너무 쉽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와 말씀을 망각하거나 왜곡합니다. 분명히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고 은혜를 베푸셔서 삶의 고비를 넘기고 문제를 해결하였는데, 분명히 하나님의 말씀으로 힘을 얻고 깨달음을 얻었는데, 문제가 해결되고, 편안하며 배부르고 안락한 상황에 놓이면, 우리는 금방 하나님의 은혜도 말씀도 모두 잊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마치 그 모든 것이 내 힘으로 이룬 것이라고 기억을 왜곡합니다. 분명히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와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주셨는데, 우리는 마치 그럴 만했기 때문에, 마치 우연이었던 것처럼 생각하고 합리화 하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자기 것으로 가로채곤 합니다. 그리고는 말씀도 멀리하고, 기도생활도 게을리 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풍요와 안락함을 즐기는데 몰두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말씀을 통하여 그동안 망각하고 합리화하였던 하나님의 은혜와 말씀이 혹 내게는 없는지 살펴보는 지혜와 결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기억하라” 말씀은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망각하고 왜곡할 것을 아셨습니다.

[신명기 32:15,18] 말씀을 읽어보겠습니다.

15 그런데 여수룬이 기름지매 발로 찼도다 네가 살찌고 비대하고 윤택하매 자기를 지으신 하나님을 버리고 자기를 구원하신 반석을 업신여겼도다
18 너를 낳은 반석을 네가 상관하지 아니하고 너를 내신 하나님을 네가 잊었도다

신 32:15,18

신명기 32장은 모세의 노래이자 예언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찌고 비대하고 윤택해져서 살만하게 되니까 가나안 족속에 동화되어 그들의 풍습을 좇고, 우상을 섬길 것을 아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하나님께 심판을 받아 나라를 잃고 애굽에서와 같이 다시 다른 민족의 노예가 되어 살아갔습니다. 하나님의 경고대로 망각의 대가는 멸망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멸망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완전히 버리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순간에도 그들이 다시 기억하며 그들에게 긍휼을 베푸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신명기 30:1-3] 말씀을 읽어보겠습니다.

1 내가 네게 진술한 모든 복과 저주가 네게 임하므로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로부터 쫓겨간 모든 나라 가운데서 이 일이 마음에서 기억이 나거든
2 너와 네 자손이 네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와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한 것을 온전히 따라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하면
3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마음을 돌이키시고 너를 긍휼히 여기사 포로에서 돌아오게 하시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흩으신 그 모든 백성 중에서 너를 모으시리니

신 30:1-3

하나님께 심판을 받아 쫓겨간 모든 나라 가운데서 하나님께서 기억하라고 하신 그 말씀을 다시 기억하고 돌아오면 하나님께서 긍휼을 베푸신다고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기억하라는 말씀은 이와 같이 불순종으로 심판을 받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시는 말씀이기도 하다. 기억하라는 말씀은 비록 너희들이 내가 너희들에게 베푼 은혜와 나의 명령을 망각하여 심판을 받아 고난을 받더라도, 내가 너희들을 완전히 버리는 것이 아니라, 멸망을 당한 그 순간에도 다시 내 말을 기억하여 회개하고 돌아오면, 내가 반드시 너희의 모든 것을 다시 회복시켜 주겠다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죄성에서 비롯된 본성이 가지는 연약함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것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까지 망각하는 죄와 연약함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으로 들어가면 하나님을 잊을 것을 미리 아신 것입니다. 따라서 기억하라는 말씀을 반복해서 주시는 중요한 까닭은 하나님을 잊고 세상을 좇는 삶을 살다가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것인데, 바로 그 순간에 망각하고 살았던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께서 내 삶에서 베푸셨던 은혜를 다시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 백성을 잊지 않으시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때로는 채찍질도 하시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돌아오길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신약에서는 집나간 탕자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우리가 망각과 왜곡에서 깨어나 하나님을 기억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기억하라는 말씀은. 하나님은 우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시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난 삶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에 대한 추억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철학자 루소는 진정한 기억이란 많은 세월을 거치면서도 달라지지 않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 때, 봄이 오는 것을 무엇으로 느낍니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냄새, 햇살, 그림자, 또는 어떤 장면들에서 봄을 느끼곤 합니다. 우리가 가진 봄에 대한 기억은 그것을 경험했을 당시의 봄에 대한 느낌을 동반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봄날이 되어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게 되었을 때, 놀러 나가기 전의 설레임으로 바깥 공기를 마시는 순간 코 속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온기와 상쾌함이 기억에 남아 공기의 냄새에서 느끼는 느낌으로 봄을 기억하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을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 머리로 그 은혜의 사실과 말씀을 기억할 뿐 아니라, 그 순간에 우리 마음을 가득 채웠던 감동을 다시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억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과거를 그저 떠올리라는 것이 아니라 오늘 말씀처럼 내 삶의 옛날을 기억하고 살아온 과정의 연대를 떠올리면서 과연 과거의 그 감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가를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라는 말씀입니다. 만일 추억은 있은데 우리 생각과 삶에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잊고 있는 것입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하나님과의 만남의 감동,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와 기도응답의 감동을 떠올리고, 그 때의 감동을 다시 마음에 느끼는 것입니다. 그 순간 그 감동은 점차 내 생각과 감정을 변화시키고, 열정을 회복하여 삶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삶이 편안하고 즐거울수록 하나님 앞에 불순종 하지 않도록 하나님의 은혜와 말씀을 다시 기억하고 그때의 감동으로 다시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축복뿐 아니라 불순종하는 백성에게는 심판을 하시는 분이심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만일 말 못할 어려움과 고난에 있다면, 끝까지 우리를 포기하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지극한 사랑을 다시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우리 삶에 하나님을 향한 감동과 열정을 회복하고 감사와 찬송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