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표 목사
[ 누가복음 16장 27-31절 ]
우리는 삶에서 우리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우리 삶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랄 때가 있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도깨비 방망이를 주시거나 램프의 요정 지니를 보내 주셔서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단번에 이루어 주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기적들이 우리 삶에 일어나면, 우리 믿음이 더 굳건해지거나 우리 삶이 변화되고, 불신자들이 단번에 믿음을 가질 것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결코 우리 손에 도깨비 방망이를 쥐어 주시거나, 램프의 요정 지니를 보내주시지 않습니다. 왜 그러실까요?
오늘은 하나님께서 우리가 때로는 간절히 바라는 기적들을 왜 허락하지 않으시는가라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
오늘 읽은 본문 말씀은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한 부자가 있습니다. 그는 왕들이 입는 자색 옷을 입고 금보다 비싼 고운 베옷을 입을 정도로 엄청난 부자입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날마다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벌이며 호화롭게 자신의 인생을 즐기며 살았습니다.
한편 그의 집 앞에는 온 몸에 피부병을 앓고 있는 나사로라는 이름의 거지가 있었습니다. 그는 거기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버려진 채 있었다는 것은 아무도 그를 돌보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는 부자의 잔칫상에 버려지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려고 했지만, 버려진 채로 있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부자도 결국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사후의 삶은 완전히 뒤바뀝니다. 거지 나사로는 천사들에게 받들려 천국으로 가서 아브라함의 품에 안겼지만, 부자는 지옥에 떨어져 참혹한 고통 속에 지내야 했습니다.
지옥에서 고통을 당하던 부자가 눈을 들어 보니 멀리 천국에 자신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보이고 그 품에는 자기 집 앞에 버려져 있던 거지 나사로가 있습니다. 지옥의 고통이 너무 괴로웠던 부자는 그 광경을 보고 나사로에게 그 손가락에 물을 찍어 자신의 혀에 대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천국과 지옥 사이에는 큰 구렁텅이가 있어 오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그 부자는 아직 세상에 살고 있는 자신의 다섯 형제가 떠올랐습니다. 그들은 세상에서 자신이 살았던 것과 같이 부를 누리며 호화롭게 살고 있는데, 그렇게 살다가는 자신과 같이 지옥에 떨어져 이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 뻔했습니다. 그래서 그들만이라도 그런 삶에서 돌이켜 하나님께 회개하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사로를 그들에게 보내어 천국과 지옥에 대해 증언해 주기를 아브라함에게 간청합니다.
이에 아브라함은 모세와 선지자들이 그들에게 있으니 그들의 증언을 들으면 된다고 답을 합니다. 그러자 부자는 그들이 모세와 선지자들의 증언을 듣지 않을 것을 알고, 그들이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서 하나님의 심판을 증언하면 그들이 돌이켜 회개할 것이니 나사로를 그들에게 꼭 보내주기를 다시 간청합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그들의 모세와 선지자의 증언을 듣지 않으면 비록 죽은 나사로가 다시 살아서 증언하며 회개하기를 권하여도 그 권함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기적이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이 비유의 말씀을 보면, 기적적인 일을 경험하는 것이 반드시 사람에게 믿음을 주고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부자의 다섯 형제들에게 죽었던 나사로가 다시 살아나서 그들 앞에 나타난다면, 그 일은 정말 놀라운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 돌아온 나사로가 하나님의 심판과 천국과 지옥에 대해 증언을 하여도 돌이켜 회개하지 않습니다.
만일 지금 우리 앞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증언을 듣는 사람들마다 회개하고 돌이킬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요? 이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비유로 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실제 역사에서 우리는 이와 같이 일어났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장 많이 경험하고도 하나님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아마도 구약의 출애굽 백성들일 것입니다. 그들은 모세가 애굽 왕 바로 앞에서 보여준 초자연적인 역사들로부터 시작해서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과 만나와 메추라기의 기적과 불기둥과 구름기둥의 기적과 바위에서 물이 솟구치는 기적등 무수한 기적을 체험했음에도 틈만 나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불신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요? 바로 그들의 완악함에 있었습니다. 시편 95편은 그들이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을 때 그들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였다고 말씀하고 있씁니다.
[시편 95:7-11] 말씀을 읽어보겠습니다.
7 그는 우리의 하나님이시요 우리는 그가 기르시는 백성이며 그의 손이 돌보시는 양이기 때문이라 너희가 오늘 그의 음성을 듣거든
8 너희는 므리바에서와 같이 또 광야의 맛사에서 지냈던 날과 같이 너희 마음을 완악하게 하지 말지어다
9 그 때에 너희 조상들이 내가 행한 일을 보고서도 나를 시험하고 조사하였도다10 내가 사십 년 동안 그 세대로 말미암아 근심하여 이르기를 그들은 마음이 미혹된 백성이라 내 길을 알지 못한다 하였도다
시편 95:7-11
11 그러므로 내가 노하여 맹세하기를 그들은 내 안식에 들어오지 못하리라 하였도다
수많은 기적을 경험하고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않고 마음을 완악하게 하였던 그들은 한 사람도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완악함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을 바라보는 대신에 종살이 하던 애굽의 생활을 그리워하며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민수기 11:4-6] 말씀을 읽어보겠습니다.
민수기 11:4-6
4 그들 중에 섞여 사는 다른 인종들이 탐욕을 품으매 이스라엘 자손도 다시 울며 이르되 누가 우리에게 고기를 주어 먹게 하랴
5 우리가 애굽에 있을 때에는 값없이 생선과 오이와 참외와 부추와 파와 마늘들을 먹은 것이 생각나거늘
6 이제는 우리의 기력이 다하여 이 만나 외에는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도다 하니
그들이 그리워했던 애굽은 영적으로 세속의 삶을 의미합니다. 완악한 마음은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지 않고 세속의 삶에 안주하는 마음입니다.
기적을 체험하고도 완악함을 버리지 못했던 사람들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고도 완악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구원에 이르지 못한 사례는 그밖에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 기간에 행하신 수많은 기적의 사건들을 목격한 사람들이 모두 회개하며 하나님의 백성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병이어의 사건을 보더라도 놀라운 기적을 체험한 수천 명의 무리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기보다 세상에서 먹고사는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기에 결국 모두 예수님을 떠났습니다. 그들 모두 세속의 삶에 안주하려 했기 때문에 말씀을 듣고도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실제로 죽었던 나사로를 살리신 예수님의 기적을 보고도 유대 사회의 정치종교 지도자들은 세상에서 누릴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완악함 때문에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기 보다는 오히려 그때부터 예수님을 어떻게 죽일까 구체적으로 모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속에서 누릴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을까 걱정하였던 그들의 완악함이 죽은 자가 살아나는 기적을 보고도 그들이 변화되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이 이야기에 나오는 부자의 다섯 형제들은 어떻습니까?
부자는 나사로를 그들에게 보내 증언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자신과 같이 지옥에 오지 않게 해달라고 아브라함에게 간청하지만, 아브라함은 그들에게 모세와 선지자가 있으니 그들에게 들으면 된다고 답을 합니다. 본문 29절의 “그들에게 들으지니라”라는 말씀에 “들을지니라”라는 표현은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때 사용된 단어는 듣고 깨달아 그 들은 바대로 순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들 즉 모세와 선지자의 말은 이미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을 뜻합니다. 이에 부자는 자신의 다섯 형제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완악함이 있음을 알기에, 나사로를 보내서, 죽은 자가 살아서 돌아오는 놀라운 기적을 보면, 자신의 형제들이 완악함을 버리고 하나님께 회개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31절에서 이르기를모세와 선지자들 즉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아 회개하지 않으면, 비록 죽은 나사로가 살아나는 기적을 보더라도 그들이 회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출애굽 백성들이 놀라운 기적들을 체험하고도 애굽의 생활을 그리워하였듯이, 오병이어의 기적을 경험한 무리들이 세상의 먹고사는 일에 매여 예수님을 떠났듯이, 실제 예수님의 친구 나사로의 부활을 보고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더 완악한 마음을 가졌던 유대 지도자들과 같이, 부자의 다섯 형제들도 세상의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완악함 때문에 죽은 자가 살아나는 기적을 보고도 돌이켜 회해하며 하나님께 돌아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완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님보다 세상을 더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들 중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도 알고 하나님의 말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에서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사랑하여 그것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부자 청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가 예수님께 나아와 영생에 대하여 묻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하나님의 계명을 잘 지켰다고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그에게 제 소유를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고 내게 와서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시자 그는 자신의 재물을 포기하지 못하고 근심하며 예수님을 떠나갔습니다. 이 청년이 떠나간 뒤에 예수님은 부자가 천국에 가기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서 필요한 재물 앞에서 그 청년도 마음이 완악해진 것입니다.
사도행전은 기적적인 사건 앞에서 믿고 회개하며 돌아오는 자들과 여전히 완악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자들이 대비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베드로와 요한이 성전 미문에서 나면서부터 걷지 못한 자를 고쳐준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을 때, 수많은 백성들은 베드로가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모세와 선지자의 증언을 듣고 마음에 찔림을 받아 완악한 마음을 버리고 돌이켜 회개하며 믿음을 가졌습니다. 반면에그 놀라운 기적을 보고 듣고도 대제사장들과 장로들, 서기관, 바리새인, 사두개인등 당시의 사회 지도층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그 기적의 사건을 숨기기에 급급해 하였습니다.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오늘 살펴본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는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이미 선지자와 사도들을 통해 계시하신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가르칩니다.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을 듣고 깨달아 돌이키는 마음이 없으면, 비록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는 기적을 경험하여도, 근본적으로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바꾸지 않으며 삶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진리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면, 우리가 바라는 그 어떤 기적으로도 우리 삶이 변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루를 살면서 나의 머릿속을 가장 많이 채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만히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생각들이 바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말해줍니다. 주일을 지키고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면서도 세상의 것들이 우리 마음과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면, 우리는 크리스찬의 삶을 제대로 살고 있다고 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고 기도하는 기적들이 우리 삶에 일어나더라도 부자의 다섯 형제들처럼 세상을 즐기느라, 하나님께서 왜 그러한 기적을 행하셨는지 그 의미를 새겨 볼 마음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 그저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는 우리 믿음과 신앙에서 그 어떤 열매도 맺지 못할 것입니다.
믿음의 기초는 기적적인 어떤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 위에 세워지는 것입니다. 진리에 대한 지식이 있고, 그 지식에 대한 믿음이 있고, 하루하루 자신의 육체의 소욕을 말씀 앞에 굴복시키는 치열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 실패와 아픔과 보람과 기쁨을 누리는 과정을 통해 믿음은 다져지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은 기적으로 한 방에 무엇인가를 이루는 삶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우리가 바라고 소망하는 기적들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하여도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기 위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는 삶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삶에 하나님께서 기적을 이루어주시길 기도하기보다는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지 살피고 말씀 앞에 겸손히 행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자의 다섯 형제들과 같이 죽은 자가 살아나는 기적을 경험하여도 이 땅의 즐거움과 평안을 추구하는 삶에 갇혀서 하나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이번 한 주간도 말씀과 함께 영생을 소망하는 삶을 사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