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박쥐~~ 아주 먼 옛날 내가 2살, 3살 무렵 아버지가 나에게 자주 불러주시던 노래다. 당시 나는 뇌성마비 장애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 몸의 여기저기가 아프고 불편해서인지 밤에 잠을 못자고 내내 울기만 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우리 부모님도 밤을 꼬박 새워가며 나를 달래기 위해 애쓰셨는데, 특히 아버지는 우는 나를 안고 “황금박쥐~ 황금박쥐 어디에서 나타났나 황금박쥐~” 하시며 그 시절 최고로 유행하던 TV 만화영화 “황금박쥐‘ 주제가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불러주셨다고 한다. 이렇게 한참동안 황금박쥐 노래를 부르고 나면 어느덧 내가 울음을 멈추고 아버지 품 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단다. 그래서 나에게는 아버지의 사랑을 추억하게 하는 첫 번째 키워드가 바로 이 황금박쥐 노래다. 당시 나이 30대 초반의 젊은 아빠가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갈 아들을 품에 안고 이 노래를 부르며 속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겠는가. 나 역시 지금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되고 보니 그 시절 아버지가 흘리셨을 눈물의 깊이가 생생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단 한 번도 꾸중하신 적이 없다. 공부하라고 잔소리하거나 장차 내가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신의 소망을 말씀하신 적도 없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봐주셨고 인정해주셨으며, 지금까지 뒷바라지 해주시고 계시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속 썪인 일 없이 잘해왔기 때문에 야단칠 일도 없었다고 하시지만, 일생동안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갈 아들이 당신 말씀에 더욱 큰 부담을 느낄까봐 일부러 하고 싶은 말씀도 자제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버지가 나에게 당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딱 한번 있는데, 내가 고3이던 어느날 밤 아버지가 약주를 많이 하고 오셔서 늦은 시각까지 공부하고 있던 날 보시더니 내 손을 꼭 잡으신 채 눈물을 흘리시며, ”준수야, 널 보면 내 마음이 항상 아프고 안타깝다.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말아라. 아버지가 다 해줄게. 내가 네 인생을 모두 책임져 줄게.“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처음 봐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드렸던 것 같다. ”아버지가 내 인생을 모두 책임져주시면 어떡해요? 내 힘으로 일어나야죠.“ 이처럼 자신만만하게 약속드렸건만 나는 여전히 아버지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으며 아버지는 최대한 오랫동안 내 뒷바라지를 해주시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운동하시며 체력을 단련하고 계신다.

이처럼 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단단하고도 끈끈한 신뢰감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대할 때가 가장 편하다. 전화 통화할 때도 어머니는 이것저것 걱정이 많으셔서 마음이 조금 무거운데, 아버지랑은 부담이 전혀 없이 대화가 술술 넘어가며 말도 아무 막힘없이 제일 잘 나온다.

이렇게 아버지로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나 역시 쌍둥이 남매인 ‘조애나’, ‘브라이언’을 거의 혼내지 않고 최대한 너그럽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니, 노력할 것도 없이 아이들에게 아예 화가 나지 않는다. 물론 애들 엄마는 내가 아이들한테 너무 물러 터졌다고 불만이지만 야단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데 어떡하랴? 또 이미 엄마에게 충분히 혼났는데 아빠한테까지 싫은 소릴 들으면 아이들이 얼마나 기가 죽고 슬프겠는가?

나이 40이 다 되어 쌍둥이를 낳아 과연 얘들이 각자의 인생에서 터전을 잡는 것까지 보고 내가 세상을 떠날 수 있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고, 더군다나 장애를 가진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척 제한되겠지만, 언젠가 주님의교회 ’김병학‘ 담임목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거나 조언이 필요할 때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말은 꼭 해주며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Father’s Day를 맞아 아버지께서 나에게 베풀어주신 한량없고 조건 없는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현재 고관절 상처를 입어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아버지가 하루 속히 건강을 회복하시길 기도드린다. 아울러 나 역시 아버지로부터 받은 그 귀하고 소중한 사랑을 하나도 남김없이 아이들에게 온전히 전해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글 | 이준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