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한국 장애인의날을 맞아 제 개인적으로 깊은 영감과 깨달음을 받은 ‘장애신학(Disability Theology)’ 관련 서적 몇 권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 Nancy Eiesland, ‘The Disabled God: Toward a Liberatory Theology of Disability’ (1994)

• Michael S. Beates, ‘Disability and the Gospel: How God Uses Our Brokenness to Display His Grace’ (2012)

• Kathy Black, ‘A Healing Homiletic: Preaching and Disability’ (1996)

• Erik W. Carter, ‘Including People with Disabilities in Faith Communities’ (2007)

모두 미국 출신 신학자, 목회자의 저서들로 앞의 두 권이 신앙적, 성경적 관점에서 장애를 해석해놓은 이론서라면, 뒤의 두 권은 실제 목회현장에서 장애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하며, 하나님나라의 확장을 위해 그들이 가진 달란트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도 장애신학이 본격적으로 연구된 지는 25년 남짓합니다. 1990년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ADA)가 시행되면서 장애인 인권과 복지에 대한 논의가 크게 활성화되자 교계와 신학계에서도 장애인과 그들이 겪는 장애라는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발표된 장애신학관련 서적 중 가장 독보적인 것이 에모리대학 캔들러신학교 교수였던 고 Nancy Eiesland(1964-2009)가 쓴 ‘The Disabled God’입니다. 1994년에 발표됐으니 거의 ‘장애신학의 고전’이라고 불릴만한 책입니다. 자신 역시 ‘선천적 골절장애(CONGENITAL BONE DEFECT)’로 수많은 고통의 시간을 보낸 Eiesland 교수는 저서에서 ‘해방신학’의 기본원리와 프레임을 도입해, 장애를 개인적 불행이 아닌, 우리 모두의 원죄와 사회구조적 모순과 악의 결과물로 해석하며, 장애인을 단지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나 선교의 객체가 아닌 역사발전의 주체로서 사회를 개혁하고 하나님나라의 확장을 위해 쓰임 받는 생명의 도구로 규정짓고 있습니다.

특히 그가 주장한 ‘장애 하나님(Disabled God)’이란 개념에 대해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을 어찌 장애를 지닌 분으로 표현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다분히 역설적인 이 ‘장애 하나님’은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명칭을 붙였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즉, 완전하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연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의 육체로 성육신하셨고 예수님도 손과 옆구리에 못 박히고 창에 찔린 상처를 그대로 지닌 채 부활하셨다는 사실이 평생 불편하고 불완전한 상태로 삶을 살아가야하는 장애인의 모습과 오버랩 되며, 이처럼 능력이 없는 육체, 연약하고 아픔으로 가득한 인생을 통해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과 섭리를 이루어 가신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위르겐 몰트만’이란 신학자가 2차 대전 때 겪은 홀로코스트의 경험을 통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하나님’을 주창한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Michael S. Beates 목사의 ‘Disability and the Gospel’ 역시 하나님께서 장애를 통해 당신의 위대한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가신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복합장애를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매일매일의 삶이 장애와의 끊임없는 투쟁인 Beates 목사는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치유사역을 통해 장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책의 제목과 표지 그림에서 보듯이, 바울사도가 고린도후서 4장에서 언급한 ‘질그릇’의 개념을 차용하여, 장애라는 ‘연약하고 깨지기 쉬운 질그릇’을 하나님이 어떻게 빚으시며 당신의 말씀을 전파하는 도구로 어떻게 사용하시는지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A Healing Homiletic’은 클레어몬트신학교 설교/예배학 교수인 Kathy Black 박사가 쓴 책으로 장애인을 위한 설교 내용과 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Black 교수 역시 약시와 근육병을 앓고 있는 장애인으로 제가 클레어몬트에서 공부할 때 몇 번 대화도 나누고 그가 집전하는 예배에 참여하여 성경봉독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Black 교수가 청각장애인 학교와 단체에서 CHAPLAIN으로 재직할 당시, 외부강사로 온 일반교회 목사들이 장애인에 대해 잘 모르고 무슨 말씀을 전할지에 대해서도 감이 안 잡혀 헤매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이 책을 저술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한국교회 목회자들 중에서도 장애인들의 형편과 환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고 기껏 말씀을 전한 것이 역효과를 내어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오히려 상처와 절망감을 안겨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에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밴더빌트대학 특수교육학과 교수인 Erik W. Carter 박사가 쓴 ‘Including People with Disabilities in Faith Communities’ 역시 실천신학의 한 분야로, 교회나 선교단체 등 신앙공동체 안에서 장애인들을 어떻게 포용하고 대우해야할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를 선포한다는 교회에서조차 장애인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주변만 빙빙 돌다가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결국 교회를 떠나야 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장애인과 일반인 성도가 하나 되는 사랑과 이해의 신앙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교회와 장애인 당사자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 생생하게 묘사해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장애신학 역시 다른 신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CONTEXT에 대한 TEXT의 해석’이 중요하고, 성서신학, 조직신학, 실천신학 등 다양한 범주의 신학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가능한 것이며, 전통적 복음주의신학을 비롯해 해방신학, 민중신학, 여성신학, 과정신학 등 각종 현대신학과의 폭넓은 교류와 가치의 공유를 필요로 합니다. 또 신앙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경험으로 신학의 폭이 확장되느니만큼 소수의 신학자, 목회자뿐만이 아닌 각계각층의 형제자매들의 참여와 협력이 요구됩니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장애신학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