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틀랜타 한인업소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고 분노하며, 내 페북 친구들 중에서도 프로필 사진에 ‘Stop Asian Hate’라고 적힌 띠를 두른 분들이 많은데, 내가 지난 28년동안 미국에서 살며 경험한 바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백인들보다는 아시아인들이 오히려 더 심한 것 같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다니다 보면 백인들은 대개 나에게 정겨운 미소와 함께 Hi, What’s up? 하며 인사를 건네곤 하는데, 우리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사람들은 나를 외면하며 멀찍이 거리를 두고 지나가거나, 특히 노인분들의 경우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한참동안 쳐다보는 일이 많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살 때도 이런 일들을 수없이 겪었지만 ‘장애인의 천국’이란 미국까지 와서, 그것도 나이 50이 넘어서까지 여전히 그런 차별과 무시를 당해야 하니 참 서글프고 기분이 더러울 때가 많다.

Uber나 Lyft택시를 타고 출퇴근할 때도 백인 기사들은 나를 보자마자 차에서 얼른 내려 내가 차 타는 것을 도와주고 휠체어를 트렁크에 실어주며 운전을 하면서도 나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반면, 히스패닉이나 아시안 기사들은 불친절하고 무뚝뚝하게 대하며 내가 먼저 질문을 해도 대답도 잘 안 해주곤 한다. 오늘 아침에 만난 멕시칸 기사도 내 앞에 차를 세운 채 자긴 내리지도 않고 계속 안에만 있어 내가 차문을 열고 휠체어를 트렁크에 실어달라고 부탁을 하니 그제서야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운전하는 동안에도 내내 스페니쉬로 전화질만 했다. 또 얼마 전에는 중국계로 보이는 사람의 차를 탔는데 이 사람은 아예 대놓고 “너 같은 장애인은 택시 타지 말고 앰뷸런스를 타야 한다”라는 황당한 말을, 그것도 3번이나 지껄여 너무 화가 나 Lyft 본사에 신고해버렸다. 이건 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행위니 만큼 징계 좀 받았을 것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미국식당에 갈 때는 종업원들이 따스이 환영해주며 가장 좋은 자리로 안내하는 반면, 처음 가는 한인식당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면 ‘저런 장애인이 여긴 왜 왔나’ 눈치를 주며 자리도 문가쪽 테이블에 앉으라고 한다. 이런 박대에도 불구하고 몇 번을 더 가서 얼굴을 익혀야 좀 친절히 대해준다. 식당 뿐 아니라 상점들도 마찬가지여서 나는 한인마켓보다는 미국상점에서 쇼핑하는 게 더 마음 편하다.

가장 열 받을 때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이다. 길을 건널 때 보면 차가 횡단보도에까지 들어와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백인 운전사들은 내 휠체어가 다가오는 걸 발견하면  얼른 차를 뒤로 빼주는데, 내가 바로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뒤로 안 빼고 횡단보도를 차지하고 있는 차를 보면 대개 운전석에 한국인 내지 아시안들이 타고 있다. 그 앞을 빙 돌아 지나가며 손가락 욕이라도 날리고 싶지만 명색이 목사인데 그런 감정적 행동은 신앙과 품위에 어긋날 것 같아 그냥 꾹 참고 갈 길을 계속 가곤 한다.^^

이처럼 백인과 동양인들이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각자가 처한 환경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는 민주주의 전통과 인권의식이 강하고 특히 기독교 신앙의 영향을 받아 장애인 역시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려는 문화가 깊이 뿌리박혀 있는 반면, 아시아권에서는 민주주의 역사도 짧고 가부장적 유교문화에서 오랜 세월 지내다보니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왜곡되어 있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력과 대우도 한참 뒤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한국은 요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엄청 개선되고 있는데 비해 미주 한인사회는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우리 한인들을 비롯한 동양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철폐되고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우리 한인들이 먼저 우리와 다른 인종이나 민족, 나보다 신체적, 경제적으로 연약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보고, 만약 잘못된 행동이 있었다면 철저히 반성하고 회개하며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American Dream’의 참다운 가치는 미국에서 나와 내 가족만 성공해 잘 먹고 잘 살거나 나의 권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좋은 전통과 문화를 온몸으로 습득해 나 자신의 굴레와 한계를 뛰어 넘어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히고 모든 사람들이 조화롭게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 있는 것이다.